‘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애처로우리만큼 외로웠다. 그 쾌활한 거동에도 불구하고, 별로 감추지도 못한 채. 또한 그녀의 시들이 갖고 있는 그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역시 외로웠다. 그녀의 시들은 어느 모로 보나 여러 가지 뜻을 지닌 묘한 작업이었다. 시 속에서 그녀는 침착하게 그리고 시선을 회피하는 일 없이, 자신의 개인적인 공포와 정면으로 맞섰지만, 그렇게 하는 데에 수반되는 노력과 위험이 그녀에게 자극제와 비슷한 작용을 가했다. 사정이 더욱 악화될수록 그녀는 그것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쓰게 되었고, 상상력도 좀 더 풍요로워졌다. 재앙은 그것이 마침내 닥쳐왔을 때엔, 결코 예상했던 것만큼 그렇게 극심하지는 않듯이, 그녀도 이젠 안도감을 갖고 쓸 수 있었으며, 다가올 공포에 미리 선수 치기 위해서인 양 쓰는 속도도 빨라졌다. 어떤 면에선,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살아오면서 내내 기다렸던 것이며, 지금 그것이 온 마당에는 그것을 스스로 이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따라서 어쩌면 그것으로부터 그녀의 시들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모든 것에 거역하는 섬뜩한 쾌감과, 그 거리낄 바 없음이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시가 정말 한 형태의 검은 마술인 양, 그녀가 그토록 자주, 그리고 오직 의기양양하게 물리쳐 버리기 위해 불러냈었던 그 인물이,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전처럼 거부할 수는 없는 최후의 모습으로 음습하게. 그 인물은 언제나처럼 그의 두 가지 모습으로 동시에 나타났다. 하나는 그녀의 아버지처럼 나이 들고 가차 없고 바로 죽은 자의 모습으로, 그리고 동시에 그보다 젊고, 보다 유혹적인 그리고 그녀 스스로 선택한 그녀 세대의 사람으로서. 이번엔 그녀가 빠져 나갈 길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이전의 시들은 모두 제 나름대로, 그녀가 그 누구의 도움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돌연 깨달은 사실은 아마도 그러한 주장들은, 누군가 자발적으로 힘써 준다면 그 도움을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납득시킬 수 있게끔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맨 처음에 그녀가 그 공포감들을 불러내었던 것은, 한편으로는 그것들을 추방하려는 희망에서였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은 전능하며 난공불락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그 공포감들로 포위되어 있었고 자신에게 방어할 길이 없음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프로이트는 썼다. <산다는 게임에서 가장 큰 판돈인 삶 자체가 걸려있지 못할 때엔 삶의 흥미는 줄어든다.> 실비아는 거기에 도박을 걸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승산이 자기편에 있음이 이미 드러났으므로, 그러나 아마도 그녀의 암울한 마음이 이기든 지든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그녀는 최후의 내기를 걸었다. 그녀의 계산은 빗나갔고 그녀는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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